[영화 애프터썬 리뷰] 결말 해석, 소피는 왜 오래된 여행 영상을 다시 바라봤을까
살면서 “언젠가 해야지” 하고 미뤄둔 것들이 하나씩은 있다.
가보고 싶었던 곳, 하고 싶었던 말, 보고 싶었던 사람.
근데 바쁘다는 이유로, 돈이 없다는 이유, 아직 때가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대부분은 계속 뒤로 밀린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바로 그 지점을 세게 건드린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두 남자가 병원을 탈출해 바다를 보러 떠난다는 이야기인데,
신기하게도 영화가 끝난 뒤 가장 크게 남는 건
죽음보다 “지금 나는 제대로 살고 있나?”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이 꽤 오래 간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 웃음, 우정, 범죄, 인생 이야기까지 다 들어간 영화다.
90년대 영화 특유의 거친 감성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강하게 취향 저격당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OST가 정말 좋다.
병원에서 처음 만난 마틴과 루디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마틴은 거칠고 충동적이고, 말도 함부로 하고 사고도 친다.
반대로 루디는 소심하고 평범하다.
늘 규칙 안에서 살았고, 하고 싶은 걸 크게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이다.
근데 둘은 술 한잔하다가 이런 얘기를 하게 된다.
“천국에 가면 다들 바다 이야기만 한대.”
그리고 루디는 조용히 말한다.
“난 바다를 본 적이 없어.”
솔직히 이 장면 별거 아닌데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다.
왜냐하면 루디 같은 사람이 현실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았는데 정작 자기 인생엔 아무 기억이 없는 사람.
영화는 바로 그런 사람을 바다로 데려간다.
영화 분위기가 생각보다 엄청 유쾌하다.
줄거리만 들으면 엄청 우울한 영화 같지만 실제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둘은 병원에서 탈출하고,
우연히 갱단 돈이 든 차를 훔치고, 경찰과 조직에게 동시에 쫓긴다.
상황은 점점 꼬이는데 이상하게 영화는 계속 경쾌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그 리듬이 정말 좋다.
총 들고 쫓아오는 갱단이 있는데도 영화는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오히려 계속 웃긴 장면들이 튀어나온다.
특히 마틴이라는 캐릭터가 분위기를 완전히 끌고 가는데
이 사람은 죽는다는 말을 듣고 오히려 더 미친 듯이 살아간다.
비싼 호텔 가고, 고급 차 몰고, 여자랑 춤추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한다.
보다 보면 저래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고 현실적으로 보면 엄청 위험한 행동들인데,
이상하게 영화 안에서는 그게 “처음으로 자기 인생을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마틴을 더 좋아하지만 나는 루디 쪽이 훨씬 기억에 남는 거 같다.
왜냐하면 루디는 진짜 현실적인 인간 같기 때문이다.
늘 참고 살고, 눈치 보고, 안전한 선택만 하고, 하고 싶은 걸 뒤로 미루는 사람..
근데 그런 루디가 점점 바뀌기 시작한다.
처음엔 겁먹고 따라만 다니던 사람이 점점 자기 감정을 표현하고,
처음 보는 세상을 즐기고, 웃고, 화내고,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변한다.
평범한 사람이 변해가는 과정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죽음을 앞두고 나서야 진짜 삶을 시작한 느낌이라 영화가 더 슬프게 느껴졌다.
아마 이 영화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 있을 거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 누구나 자기 안에서 루디 같은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본 사람들 대부분은 마지막 바다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근데 신기한 건 연출 자체는 굉장히 담백하다.
억지로 울리려고 하지도 않고,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지도 않는다.
그냥 두 사람이 바다를 바라본다.
근데 그 장면이 이상할 정도로 오래 남는다.
아마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걸 마지막에 해낸 순간이라서 그런 것 같다.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도 비슷하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돈이나 성공보다
“나는 진짜 원하는 걸 한 번이라도 해봤나?” 같은 기억 아닐까.
그래서 <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단순한 시한부 영화로 끝나지 않고
삶을 미루고 있는 사람들한테 크게 들어오는 영화다.
이 영화가 1997년 작품이라는 게 안 믿길 정도로 지금 봐도 감성이 살아 있다.
요즘 영화들처럼 세련된 영상미는 없는데, 대신 사람 냄새가 진하게 나는 영화다.
거칠고 투박한데 에너지가 넘친다. 특히 OST가 진짜 미쳤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Knockin' on Heaven's Door가 흐르는 순간엔 그냥 눈물이 확 올라왔다.
음악이 로드무비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랑 너무 잘 어울렸다.
그리고 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요즘 영화들처럼 모든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차 타고 달리고, 웃고, 총 맞을 뻔하고, 바다 보러 간다.
근데 그 안에 삶 이야기가 다 들어 있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죽음을 다룬 영화인데 이상하게 삶 쪽에 더 가까운 작품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나는 지금 뭘 미루고 있지?”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우리는 늘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면서 산다.
근데 영화는 그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슬픈 영화, 감동적인 영화로만 남지 않고
다시 움직이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에 가깝다.
그리고 마지막 바다 장면이 끝난 뒤엔 괜히 그런 마음이 든다.
오늘 하루를 너무 대충 보내면 안 될 것 같다고...
내 평점
⭐ 4 / 5
죽음 이야기인데 이상하게 더 잘 살아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이다.
"언젠가"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면 꼭 보길 추천하고, 무기력한 상태라면 더 추천한다.
다 보고 나면 "내 삶"에 대한 생각이 많아 지는 영화다. 다들 잘 살아 봅시다!